「가해자 가족 모임」(加害者家族会) 번역

2022. 6. 16. 18:49소설가가 되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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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가족 모임

 

 

   '어느 날, 경찰에게 전화가 와서, 남편이 치한 혐의로 체포되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단상에서 삼십 대 중반 정도의 여성이 말하고 있었다.

 

 시민 광장의 세미나 룸에는 이십 대 정도의 남녀가 있고, 범죄 가해자 가족 모임의 회합이 열리고 있었다.

 참석자의 연령이나 성별은 제각각이었다.

 대학생인 타카스기 케이타는 방의 구석에 앉아, 참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만원 지하철에서 여고생의 몸을 더듬어, 가까이 있던 사람에게 붙잡힌 듯해요. 처음에는 무언가 잘못 본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누명은 아닐까 하고. 경찰서에 갔더니 남편이 자기도 잘 기억나진 않지만 , 아마 자신이 한 짓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여성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피해자인 여고생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기에 소문은 금세 퍼졌습니다. 애엄마들은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집에는 무언의 전화가 걸려 왔어요……'

 

 비슷한 경험들이 여러모로 있는 것인가, 참가자들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없다.

 

   '회사에도 알려지고 말아서, 남편은 자진 퇴사를 했어요. 우울증이 걸려서, 지금은 집에서 요양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제가 일을 하러 나가고 있어요. 남편이 저지른 죄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가볍게 인사를 하고 연설을 마치니,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가해자 가족 모임은 사람의 체험담에 귀를 기울이며 서로 상처를 나누는, 일종의 그룹 미팅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어서 등단한 것은 블레이저 교복 차림의 소녀였다.

 여자 아이는 미야케 유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자기소개를 하고, 서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 아버지는 세 명의 사람을 죽였습니다ーー'

 

 그 순간, 술렁거리며 회장의 공기가 흔들렸다.

 

 가해자 가족 모임이라고 해도, 치한이나 사기 등이 대다수고, 살인은 그다지 많지 않다. 게다가 세 명이나 되면 극형을 받을 수도 있는 중범죄다.

 

   '다단계를 하고 계시던 아버지는, 부하 여직원들을 집에 가두어, 그녀들을 세뇌시켰습니다. 서로를 경쟁시켰고, 이윽고 성적이 좋지 않은 여성에게 벌이라는 이름으로 고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린 소녀의 입에서 범죄의 상세 정보가 흘러나온다.

 

   '식사는 하루에 한 번, 물과 빵 뿐이었습니다. 거의 씻지 못하게 했고, 수면시간도 세 시간으로 제한되어 몰래 자진 않나 교대로 감시하기도 했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점점 무거워져 간다.

 

   '영업 성적이 나빴던 여성은 식사나 수면 시간을 삭감당했습니다. 벌의 강도는 점차 높아져, 손톱을 벗기거나, 전기 고문도 하게 되었습니다'

 

 소녀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듯이 아비의 인간 말종 같은 소행을 이야기했다.

 

   '저는 당시 9살이었고, 아버지가 데려온 세 명의 여성과 동거하고 있었습니다. 그들 간의 사담은 금지되었기에, 집이 정말 조용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고생이니까, 지금으로부터 7, 8년 전의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녀들은 고열이 나도 병원에 갈 수 없었고, 약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쇠약해져 가, 한 명, 또 한 명씩 죽어가는 것을, 저는 입 다물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친이 체포당한 후 그녀는 친척 집에 맡겨졌고, 지금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장래에는 사람을 구하는 일ーー간호사가 되고 싶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단상을 내려왔다.

 회합이 끝난 후, 소녀는 코트를 입고 혼자서 밖을 나서고 있었다. 건물 밖을 나간 뒤, 케이타는 말을 걸었다.

 

   '저기……저는 타카스기 케이타라고 해요. 대학생이고, 이 모임의 운영을 돕고 있어요. 아까 전 미야케 씨의 이야기, 정말 인상 깊이 남았습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소녀는 슬쩍 눈을 케이타 쪽으로 향해,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다.

 

 웨이트리스가 주문을 받은 뒤, 케이타가 입을 열었다.

 

   '……저는 형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무릎 위에 손을 꽉 움켜쥐고, 시선을 테이블에 떨어트린 채 계속 이야기했다.

 

   '……퇴근 길이던 OL 여성을, 지나가다 갑자기 칼로 찌른 듯 해요……쓰러진 여성을 30회 이상 찌르고, 다음 날 평소처럼 다니던 대학교에 갔어요……딱히 그 여성과 면식은 없었다고 합니다……'

 

 유이는 묵묵히 케이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형이 체포되고, 집을 언론이 둘러쌌어요……가족의 이름이나 제가 다니던 학교, 아버지의 회사도 인터넷에 퍼져서, 부모님과 저는 집을 포기하고 호텔 살이을 시작했습니다……'

 

 웨이트리스가 와서, 홍차와 커피를 각자의 앞에 두고, 테이블 구석의 용기에 영수증을 꽂았다.

 

   '5년 정도 전에, 이 가족 모임의 존재를 듣고, 줄곧 참가하고 있어요……지금은 운영을 돕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소녀가 불쑥 물어왔다.

 

   '……형님은 어떻게 되셨나요?……'

 

   '재판에서 형이 확정되고, 지금은 복역 중입니다……면회를 신청해 봤는데, 한 번도 만날 수가 없었어요……'

 

   '만나서 무엇을 하시려고요?'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미야케 씨는 아버지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없으신가요?'

 

   '없어요……아버지는 사형이 확정되고 구치소에 계시는데, 저는 한 번도 면회 간 적이 없어요……저기, 타카스기 씨……아마 이유 같은 건 없을 거예요……'

 

 소녀는 시선을 테이블에 떨어트린 채 중얼거렸다.

 

   '네?……'

 

   '살인자들은, 모두 그럴싸한 동기를 말해요. 자기 말고 상대방이 나쁜 거다, 자라온 환경 탓이다, 무슨 주의나 무슨 이론을 위해 저질렀다……하지만 그 어떤 것도 상대방을 죽게 할 정도의 이유가 아니에요. 결국에는, 자신도 어째서 사람을 죽였는지 모르는 거예요……'

 

 케이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9살의 소녀는 눈앞에서 세 명의 여성이 아버지의 손에 살해당한 것을 목격했다. 흉악 범죄자에 대한 체념 같은 것을 느꼈다.

 그 뒤에도 그녀는 가해자 가족 모임에 이따금 참가해 왔다. 회합에 올 때마다 케이타는 소녀에게 말을 걸었고, 카페에 가서 만나지 못한 사이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사이가 되었다.

 가해자 가족 모임에 젊은 참가자는 별로 없다. 게다가 가족 구성원 중 살인자가 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녀도 케이타에게 조금은 연민을 느낀 것일까, 권유하면 거절하진 않았다.

 

   '저는 지금 대학에서 단백질과 아미노산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거 아세요? 인간의 신체는 60%가 수분으로 되어 있는데, 그다음으로 많은 게 단백질이래요'

 

 그날, 케이타는 대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을 소녀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것은 20종류의 아미노산의 분자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컴퓨터 CPU의 절연 재료로 아미노산의 응용 기술이 사용되고 있어요'

 

 유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 말해주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케이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런 이야기, 재미없어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불안한 채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소녀는 이따금 '네' 라던가 '아뇨' 라고 대답할 뿐이지만, 흥미는 있는지 묵묵히 듣고 있었다.

 유이가 어떤 아이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무언가 투명한 막에 둘러싸인 듯이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회합이 끝난 후, 뜻밖에 소녀 쪽에서 제안을 해 왔다.

 

   '저,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그것은 항구 근처에 있는 관람차였다. 회합에서 돌아오는 길의 지하철의 창문으로 보였기에, 언젠가 가보고 싶었다고 한다.

 가는 도중에 있는 역에 내려, 둘이서 바다 근처까지 걸었다. 관람차에 올랐을 때 하늘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두 사람을 태운 관람차가 서서히 올라가고, 항구의 야경이 눈 밑에 보였다. 청색과 흑색이 뒤섞인 하늘, 빛을 내는 조명들, 전등을 켠 배……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름다워……'

 

 유이는 처음으로 17살 소녀 같은 미소를 보였다.

 

   '마침 일몰이니 타이밍이 좋았네'

 

 멍하니 창밖의 야경에 눈을 향한 채, 소녀가 말했다.

 

   '……저, 어릴 때부터 가족과의 기억이 전혀 없어요……어머니는 자라기 전에 집을 나가셨고, 아버지도 갑자기 사라지셔서, 계속 친척 집에 맡겨졌으니까……'

 

 케이타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유이가 자신의 과거나 가족의 일을 얘기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가족 세 명이서 지낸 것은, 어머니가 집을 나가기 전에 할머니 댁에서 지낸 것 뿐……가족이라는 건 뭘까,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삼촌과 숙모는 좋은 분이셨지만, 가족은 아닌 기분이 들어요……'

 

 관람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가까운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역으로 향했다.

 걸으면서 케이타는 최근에 읽은 책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30대 정도의 정장 차림의 남성이 돌연 눈앞에 서서 길을 가로막았다.

 

   '미야케 유이 씨 되시죠?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ーー'

 

 남자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주었다. 주간지의 편집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버지 얘기를 조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소녀는 얼굴이 굳었고, 남자의 옆을 억지로 빠져나갔다. 남자는 바로 따라붙었다.

 

   '당신이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는 얘기, 정말입니까?'

 

 소녀는 입을 꾹 다물고,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케이타는 기자와 유이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만하세요. 싫어하잖아요.'

 

 기자는 케이타를 무시하고, 유이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 아버지가 여성들에게 한 고문을, 당신이 도왔다는 것이 정말입니까?'

 

 소녀의 발이 멈췄다. 어깨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나요? 그게 아니면 스스로의 의지로 저지르셨습니까?'

 

 케이타가 기자의 멱살을 잡고, 몸을 세게 밀쳤다.

 기자는 전혀 놀란 기색도 없이 가슴의 먼지를 손으로 털고, 유이에게 가서 '다음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라고 하며 그 장소를 떠나갔다.

 

 주간지에 기사가 나온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그녀가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고, 아버지의 명령으로 세 명의 여성을 향한 고문을 도왔다고 적혀 있었다.

 정보 출처는 구치소에 있는 그녀의 아버지였다. 편집부에 사건 내용을 폭로하는 편지를 보낸 듯하다.

 다음 가해자 가족 모임에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케이타가 라인 메시지를 보내도 읽지도 않고, 답장을 보내지도 않았다.

 

 ◇

 

 어느 날,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있었다. 유이의 숙모였다.

 어젯밤부터 유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케이타의 연락처는, 집에 남아 있던 그녀의 스마트폰에 있었던 듯하다.

 

   '타카스기 씨, 뭔가 짚이는 게 없으세요? 그 애, 돈도 거의 안 가지고 집을 나선 거 같아요'

 

 밤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할 예정이라 한다.

 

   '알겠습니다. 저라도 찾아볼게요'

 

 그렇게 말하고 무언가 생각난 듯이 물었다.

 

   '돌아가신 할머니 댁은 아직 그대로 있나요?

 

   '아 네……저희가 창고처럼 쓰고 있어요. 거기가 왜요?'

 

 주소를 전해 받고, 케이타는 메모장에 적어 두었다.

 

 ◇

 

 교외 주택가에서 스마트폰 지도를 보면서 케이타는 걷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장소에 그 단층의 외딴집이 있었다. 문손잡이를 돌리니 열쇠가 열려 있었다. 현관에 여자 구두가 놓여 있었다.

 

   '미야케 씨?'

 

 케이타는 어둑한 집안으로 향하며 소리를 질렀다. 구두를 벗고 집에 들어가, 방을 돌아다녔다.

 거실 구석에 소녀가 무릎을 안은 채 앉아 있었다. 케이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서 허리를 굽히니, 유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하기 시작했다.

 

   '……나도 했어……그 사람들한테 고문도 했고, 사체를 토막 내는 것도 도왔어……'

 

   '……어쩔 수 없었어. 너는 아직 9살이었잖아. 그 일을 도왔다는 것만으로 네가 죽였다는 것은 아니잖아……'

 

   '살아 있었어……'

 

 의아한 케이타가 미간을 찌푸렸다.

 

   '3명째에 죽은 여자는 아직 살아 있었어……죽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죽이지 말아 달라고……그래서 내가 전류를 흘려보내서 죽였어……'

 

 눈물을 흘리며 소녀는 말했다.

 

   '나는 가해자 가족이 아니라 가해자야……아버지가 말했어……너도 나랑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고……너도 나랑 같은 살인자라고……'

 

 케이타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할 말이 없었던 게 아니다. 그도 아직 그녀에게 감추고 있던 비밀이 있었다.

 그의 본명은 타카스기 케이타가 아니었다. 토미타 케이타ーー그녀의 아버지에게 세뇌당해 살해당한, 3명째의 주부의 아들이었다.

 피해자 가족이라는 것을 속인 채 5년 가까이 가해자 가족 모임에 참가했던 것은, 어머니를 죽인 범인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범인 자신은 사형이 확정되어 구치소 안에 있었기에 면회는 불가능했다. 어머니의 최후를 알고 있는 것은, 당시 9살이었던 딸 뿐이었다.

 복수심은 없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알고 싶던 것은,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어째서 살해당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다.

 지금 그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상하게 분노는 샘솟지 않는다.

 

   (아마……내가 그 가족 모임에 참가해 왔기 때문에……)

 

 5년간, 가해자 가족 모임에서 한명 한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왔다. 피해자의 가족과 같이, 가해자의 가족도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해자의 가족 중에서는, 죄의식으로 자살하는 사람도 있어……)

 

 케이타는 옆에 있는 소녀의 얼굴을 보았다. 뺨에 눈물 자국이 생겼다.

 언젠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온다. 그녀는 놀랄 것이고, 어쩌면 케이타를 혐오하여 가족 모임도 떠나버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ーー지금만은 그녀와 붙어 지내자. 피해자 가족만이 아니라, 가해자 가족 모임의 일원으로서 상처를 나누자.

 청년은 소녀의 조그마한 머리를 어깨에 끌어안았다.

 

(完)

 

소설가가 되자 青井青 작가님

加害者家族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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