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재판」(セルフ裁判) 번역

2022. 6. 27. 15:49소설가가 되자 번역

 

 

 

셀프 재판

 

 

홧김에 사람을 죽여버린 내가 경찰에 자수하러 가니, 경찰관은 나를 셀프 재판소에 향하도록 안내해 주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경비 절감을 위해 자수하러 온 사람에겐 스스로 자신을 재판하도록 법이 바뀐 모양이다.

 

 나는 튄 피로 새빨갛게 물든 복장인 채, 지정된 셀프 재판소로 향했다. 접수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로 지정된 곳에 올라 셀프 재판 전용실에 들어섰다. 방 안은 몇 개의 부스로 나뉘어져 있었고, 여기저기 나와 비슷하게 셀프 재판을 하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접수처에서 받은 안내서에 따라서, 비어 있던 한 부스에 들어갔다. 부스 안에는 컴퓨터 한 대와 손목 밴드가 놓여져 있었다. 나는 우선 왼쪽 손목에 밴드를 찼다. 안내서에 의하면, 이 손목 밴드는 셀프 재판을 할 때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거짓말 탐지기인 듯하다. 그 후,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을 터치했다. 그러자, 화면 위에 '재판 개시' 버튼이 표시되어서, 나는 그대로 버튼을 눌렀다.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화면, 범죄 선택 화면, 범행 당시의 자세한 상황을 입력하는 화면으로 흘러 갔고, 마지막으로 정상 참작을 위한 자유 기입란이 표시되었다. 즉, 범죄를 저질러버린 부득이한 사정 혹은 딱한 사정이 있는가 묻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그대로 미입력인 채로 판결 버튼을 눌렀다.

 

 판결 중이라는 문구와 빙글빙글 도는 아이콘이 표시된 후에, 화면 위에 긴 판결문이 나타났다. 판결문을 끝까지 내리니, 가장 밑에 '사형'이라는 문자가 보였다. 사형이라는 문자 밑에는, 판결이 납득되지 않는 경우에 고등 법원에서 새로이 재판을 진행하기 위한 상소 버튼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범죄자로서 살아가도 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판결 확정 버튼을 누르기로 했다.

 

 확정 버튼을 누르니 안쪽 방으로 들어가라는 안내가 표시되었기에, 그에 따랐다. 안쪽 방의 옆에는 '교회실' 이라고 적힌 플레이트가 붙어있었다. 교회실에 들어갔다. 안에는 의자가 있었고, 그 바로 앞에 거대한 터치 패널 식의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으니 모니터의 전원이 켜졌고, 목사의 모습을 한 아바타가 나타났다.

       교회 (敎誨)  : 잘 가르치고 타일러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것.

 

   '저는 사형수의 참회를 보조하고, 거리낌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개발된 자동 교회 시스템입니다. 참고로, 이 교회실에서의 이야기는 이후의 서비스 향상을 위해 전부 녹음되고 있습니다. 이용 약관을 확인하시고, 동의 버튼을 누르신 뒤 교회를 시작해 주세요'

 

 

 나는 지시받은대로 이용 약관을 확인하고 동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니 참회 화면으로 전환되어서 참회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처음이기도 하기에, 도대체 무엇을 참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우선 나는, 홧김에 살인 같은 것을 저질러 죄송하다고 모니터를 향해 이야기했다.

 

 

   '참회를 통해, 당신의 영혼은 정화되어 안락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으로 참회를 마칠 경우에는 우측 하단의 종료 버튼을, 다시 한번 참회를 진행할 경우에는, 좌측 하단의 돌아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나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전환되어 더 안쪽의 방으로 향하라는 안내가 나타났다. 나는 이 지시에 따라 안쪽 방에 들어갔다. 그곳은 등받이가 붙어 있는 의자와 모니터가 있을 뿐인, 셀프 사형 집행을 하기 위한 방이었다.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모니터의 전원을 켰다. 그러자 셀프 사형 집행을 위한 절차가 표시되었다. 나는 절차에 따라 양손 발목에 전극 스티커 같은 것을 붙이고, 옆 테이블에 놓여 있던 수면제를 먹었다.

 

 약을 다 먹으니 온몸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듯이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뉴스에서 고통이 동반되지 않는 사형이 도입되었다고 들은 적이 있지만, 혹시 이게 그건가 하고 나는 납득했다. 아무도 없는 혼자 만의 방에서, 나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았다. 그렇지만, 몽롱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는 그다지 사고가 정리되지 않아서, 약을 먹기 전에 해 두어야 했다고 지금에 와서야 생각했다.

 

 뭐 그래도, 되돌아 볼 정도의 인생도 아니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무거워져 가는 눈꺼풀에 재촉당하며, 눈을 감았다.

 

 

 

소설가가 되자 村崎羯諦 작가님

「セルフ裁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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