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번역(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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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방송탑에 용이 죽어 있다(今日も電波塔で龍が死んでいる) 번역
오늘도 방송탑에 용이 죽어 있다 오늘도 방송탑에 용이 죽어 있다. 창천을 꿰뚫을 듯한 방송탑에 걸린 채 절명한 용을 올려다보면, 또 인가, 하는 애처로운 생각이 든다. 아마, 숲이나 바다, 강이나 호수로 도망치는 게 늦었던가, 혹은 잘 도망치지 못했던가 둘 중 하나다. 도망친 곳도 결국 인간이 보호하는 땅이기에, 그런 용은――용 이외에도――많지 않다. 여름의 신음 소리 같은 매미 울음소리가 일대에 울려 퍼지고 있다. 용이나, 다른 환상의 생물들의 사체를 보는 것이 싫어져서 도심에서 벗어나 이 마을에 이사를 왔는데도, 시골에서 조금 도시에 가까운, 조금 발전한 정도인 이 마을에도 역시 용은 죽어 있다. 오히려, 도시에서보다도 큰 것들의 수가 많아서 우울해졌다. 어제는 새로 지어진 카페를 으스러뜨린 뿔이 달..
2022.08.30 -
미안해(ごめん) 번역
미안해 아내가 죽었다. 아직 25살이었다. 상태가 안 좋다고, 안 좋다고는 계속 말했지만, 설마 죽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수막염이라는 병인 듯하다. 사람은 이렇게도 간단히 죽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으로 상주를 맡았고, 그래서 장례식의 한창 때도 남의 일처럼 여겨졌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남이다. 그러니 아내가 죽은 것이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귀찮은 일이 있다. 이제 겨우 4살이 됐을 뿐인 딸을 두고 떠나버린 것이, 아무래도 최악이다. 내가 딸을 돌봐야 하는 것일까? 꼬마를 돌보는 건 아내에게 전부 맡겼었다.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더욱이,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조차 모르겠다. 장례식 때, 나는 먼젓번 일과 현 상황 등이 유난히 귀찮아져서, 안고 있던 아내의 영정을 땅에 내던졌다...
2022.08.16 -
아버지의 연못(父の池) 번역
아버지의 연못 사람이 꿈을 포기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화가가 되는 꿈을 포기한 이유, 그것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단순히 재능이 없었다든가, 운이 나빴다든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는 자신의 고집과 맞바꿔 꿈을 버린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았습니다. 특히 수채화로 그리는 풍경화가 특기였고, 학교의 그림 대회에서는 여러 번 상을 받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막연하게 '그림을 그려서 먹고살 수 있다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부모님과 진로에 대해 얘기했을 때의 일입니다. 미대에 가고 싶다고 제가 말하니, 아버지는 맹렬히 노하셨습니다. '미대 같은 데에 가서 어쩌려는 거냐. 화가라도 될 셈이냐' 지금까지 제가 그림으로 ..
2022.07.15 -
「시한부 3000자」(余命3000文字) 번역
시한부 3000자 '대단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말이지만, 당신의 남은 목숨은 앞으로 정확히 3000자입니다' 의사의 말에 나는 귀를 의심했다. 확인 차 한 번 더 물어보았지만, 의사는 역시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앞으로 몇 년 남았다고는 들어본 적 있습니다만……대체 그건 무슨 말인가요?' '말 그대로 입니다. 당신은 앞으로 3000자 밖에 살 수 없습니다. 3000자를 넘는 동시에 당신은 쓰러질 겁니다. 보세요, 잡담하는 사이에 200자나 써버렸어요' 나는 당황해서 황급히 입을 닫았다. '으음, 백 보 양보해서 제가 앞으로 3000자 밖에 살 수 없다고 쳐도, 치료법은……?' '치료 방법은 없습니다. 단, 대책은 존재합니다' '대책?' 의사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간단합니다. 당신의 남은 ..
2022.07.05 -
「셀프 재판」(セルフ裁判) 번역
셀프 재판 홧김에 사람을 죽여버린 내가 경찰에 자수하러 가니, 경찰관은 나를 셀프 재판소에 향하도록 안내해 주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경비 절감을 위해 자수하러 온 사람에겐 스스로 자신을 재판하도록 법이 바뀐 모양이다. 나는 튄 피로 새빨갛게 물든 복장인 채, 지정된 셀프 재판소로 향했다. 접수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로 지정된 곳에 올라 셀프 재판 전용실에 들어섰다. 방 안은 몇 개의 부스로 나뉘어져 있었고, 여기저기 나와 비슷하게 셀프 재판을 하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접수처에서 받은 안내서에 따라서, 비어 있던 한 부스에 들어갔다. 부스 안에는 컴퓨터 한 대와 손목 밴드가 놓여져 있었다. 나는 우선 왼쪽 손목에 밴드를 찼다. 안내서에 의하면, 이 손목 밴드는 셀프 재판을 할 때 스스로 거..
2022.06.27 -
「가해자 가족 모임」(加害者家族会) 번역
가해자 가족 모임 '어느 날, 경찰에게 전화가 와서, 남편이 치한 혐의로 체포되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단상에서 삼십 대 중반 정도의 여성이 말하고 있었다. 시민 광장의 세미나 룸에는 이십 대 정도의 남녀가 있고, 범죄 가해자 가족 모임의 회합이 열리고 있었다. 참석자의 연령이나 성별은 제각각이었다. 대학생인 타카스기 케이타는 방의 구석에 앉아, 참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만원 지하철에서 여고생의 몸을 더듬어, 가까이 있던 사람에게 붙잡힌 듯해요. 처음에는 무언가 잘못 본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누명은 아닐까 하고. 경찰서에 갔더니 남편이 자기도 잘 기억나진 않지만 , 아마 자신이 한 짓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여성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피해자인 여고생은 ..
2022.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