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ごめん) 번역

2022. 8. 16. 15:32소설가가 되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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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아내가 죽었다. 아직 25살이었다. 상태가 안 좋다고, 안 좋다고는 계속 말했지만, 설마 죽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수막염이라는 병인 듯하다. 사람은 이렇게도 간단히 죽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으로 상주를 맡았고, 그래서 장례식의 한창 때도 남의 일처럼 여겨졌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남이다. 그러니 아내가 죽은 것이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귀찮은 일이 있다. 이제 겨우 4살이 됐을 뿐인 딸을 두고 떠나버린 것이, 아무래도 최악이다. 내가 딸을 돌봐야 하는 것일까? 꼬마를 돌보는 건 아내에게 전부 맡겼었다.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더욱이,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조차 모르겠다. 

 

 

 장례식 때, 나는 먼젓번 일과 현 상황 등이 유난히 귀찮아져서, 안고 있던 아내의 영정을 땅에 내던졌다. 주위의 멍청이들이 어안이 벙벙해진 데에, 나는 '짜증 난다고!!' 하고 소리쳤다. 그것이 나쁜 일이라고는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제 멋대로 빨리 죽어버린 아내가 원망스럽고, 아내가 엄청 싫어졌다. 꼬마는 처가의 할머니에게 안겨 있었다. 나를 무서워하는 게 느껴졌다. 실제로, 나는 최악의 아버지고, 그전에 최악의 남자다.

 

 

 그 와중에 어떻게든 생각해 낸 것이,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짜증 난다고, 모두, 전원, 늙은이도 어린놈들도, 모두, 모두. 내 삶의 방식에 트집을 잡는 듯한 녀석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

 

 작은 아파트에서 딸과 함께하는 둘만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장거리 트럭 운전수였기에, 자주 집에 있을 수 없었다. 딸을 혼자 남겨두고 일에 시간을 할애하게 됐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백반과, 뜨거운 물을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사두며 '이거 먹어' 하고 말을 걸었다. '야채가 먹고 싶으면 스스로 사 먹어'라고 말하고, 그럴 수 있게 돈을 놔두었다. 참새 눈물만 한 금액이다. 콩나물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다.

 

 딸은 퉁퉁 살이 쪄있었다. 그렇지만, 눈 깜짝할 새에 야위었다. 영양이 부족하진 않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뭔가 보상을 주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죽어버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게 있어 딸이라는 생물의 가치는, 그 정도뿐이었다.

 

 

*****

 

 내가 집에 돌아오면, 꼬마는 개나 고양이처럼 뛰어 온다. '아빠, 어서 와!' 라며 쾌활하게 지껄인다.  벌써 6살이 된 건가――그 정도 됐겠지. 나는 딸의 생일을 모른다.

 

 아빠라고 하는 훌륭한 호칭을 붙일 만한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씻은 후에 거실에서 캔맥주를 마신다. '아빠, 밥 먹을래? 먹을 거지?' 하고 물어 왔다. 그 순간, 떠올랐다. 아내의 목소리와 닮았다. 그렇기에, 왠지 화가 치밀었다. 얼굴을 찌푸리고, 나는 큰 소리로, '너 같은 건 죽어버려, 멍청아 !' 하고 말했다.

 

 꼬마는 울기 시작했다. 자기 방에 뛰어 들어가, 문을 쾅하고 닫았다. 그 시끄러움과 소란스러움, 건방짐에 화가 나서, 나는 꼬마의 방에 쳐들어갔다. 싸구려 침대 위에서 갈색곰 인형을 안고 구석에서 두려운 얼굴, 혹은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떨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꼬마는 꼬마다. 나는 꼬마가 싫다. 정말 싫다. 진짜 싫다. 그래서다. 꼬마한테서 곰 인형을 빼앗아서, 힘을 줘 목을 잡아 뜯고, 머리를 바닥에 내던져서, 그걸 마구 짓밟았다. 꼬마가 울부짖었다. 으앙으앙 하고 울부짖었다.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쾅쾅 마구 짓밟았다. 

 

 역시 나는 최악인가? 틀림없이 그렇겠지. 인형의 목을 잡아 뜯고, 그걸 짓밟는 것에 쾌락을 느끼고 있다. 인형은 물론, 꼬마조차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아내는 무책임하다. 이 꼬마를 키우는 의무가 있었는데도. 내게 맡기지 마, 내게 떠맡기지 마, 내게 떠넘기지 말라고.

 

 아내는 임종 때, 말했다.

 

   '사이좋게 지내 줘. 함께 지내 줘. 다정하게 대해 줘.'

 

 웃기지 마, 멍청이.

 

 네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도, 나는 약속 따위 하지 않았다고.

 

 

*****

 

 내가 아무리 심한 말을 해도, 심한 짓을 해도, 꼬마는 굴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그 태도에 감동을 받은 걸까? 아니면 더 단순히 내 안에서 무언가 변한 걸까? 잘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좋지만, 어쨌든 나는, 집을 비울 때는, 적지만 천 엔 지폐를 두고 나가게 되었다. 천 엔 지폐를 보고, 꼬마는 '에, 괜찮아? 이렇게 많이!' 하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하는 거 먹어' 하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은――내 안에서, 무언가 변화한 것이다. 그것은 성장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그 현장에 마주쳤다. 7살 정도의 꼬마가, 발판에 올라서서 양배추와 오징어, 문어 등을 썰고 있었다. 영차, 영차 하는 느낌으로, 힘겨워 보였다. 

 

 그런 것 보다――.

 

 나는 황급히 꼬마한테서 식칼을 빼앗아, '멍청한 녀석' 하고 소리쳤다.

 

 

   '진짜, 그만두라고, 멍청아. 아직 쪼끄만 녀석이 식칼 같은 걸 쓰면, 다친다고.'

 

 

 그러니 꼬마는 눈을 끔뻑거렸고――그 뒤 생글생글 웃으며, '괜찮아. 매일 하던 일인걸' 하고 말하며 귀엽게 웃었다.

 

 엄밀히 말하면 꼬마를 걱정해서 말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나, 무언가 내 마음은, 불쾌하고 유쾌하지 않은 기분에 휩싸였다.

 

 

   '이제 이런 흉내는 그만둬. 혼자 있을 때는 식칼 쓰지 마'

 

   '어라? 아빠, 진짜 무슨 일이야?'

 

   '뭐가'

 

   '그러니까, 엄청 다정하다구'

 

 

 나는 뒤통수를 오른손으로 긁으며,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녁밥은 뭐야?'

 

   '오코노미야키 ! 엄마가 가르쳐 준 거야!'

 

   '그러고 보니, 엄청 먹었던 기억이 있군'

 

   '봐, 아빠, 엄청 다정해'

 

   '기분 탓이다. 그보다, 아빠라고 부르지 마. 기분 나쁘니까, 너'

 

   '그래도 우리 아빠인걸'

 

 

 어디부터, 어떻게 봐도 학대하고 있는데도, 어떻게든 다가와 준다――어째서 거리를 좁혀 오는 걸까.

 

*****

 

 꼬마가 열 살이 되었다. 꼬마의 생일 정도는 파악하게 되었다. 나는 꽤나 나이를 먹은 듯이 느껴진다. 트럭에 화물을 실어 넣을 때도, 꽤나 피로를 느끼게 되었다. 완전 늙어빠진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된 원인은, 아마, 아내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 좀 더 다른, 보람 있는 일을 찾고는 싶지만, 공교롭게도 내겐 학식이 없다. 트럭을 운전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 그것이 나쁜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왠지, 그전에, 꼬마를, 망할 꼬마를, 만족할 만한 연령까지 키울 수 있는 자신이 없기에――.

 

 오랜만의 휴일. 나는 거실에 있는 낡아빠진 크림색의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대로 잠들었던 듯하다. 꼬마의 이름을 불렀다. 반응이 없어서, 조금, 불안했다. 밤에 밖에 싸돌아다니면 걱정이 된다. 설마 애인? 아니 아니, 아직 10살 꼬마라고. 그런 일은 있을 리가 없고, 있을 수가――.

 

 그렇지만 역시 무언가 불안해서, 나는 캔맥주에 입을 대고 있었다. 꽤나 쓴 맛이 났다. 평소라면 좀 더 맛있었을 것이다. 걱정이 된다. 나는 꼬마가 제대로 돌아오는 것일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여하튼 술에 약한 나이기에, 졸음이 와서, 잠들어 버렸다. 그러나, 현관문――무거운 철제 문이 열렸을 때, 눈이 떠졌다. 아무래도 돌아온 듯하다. 안도했다.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꼬마에게 눈을 향했다. 요요 스쿠이를 했구나. 입 끝에 붙어 있는 것은 초코 바나나를 집어넣은 흔적인 것 인가. 커다란 솜사탕의 자루도 갖고 있다. [요요 스쿠이(ヨーヨーすくい)는 일본 축제에서 물풍선을 건지는 전통 놀이에요.]

 

 

   '재밌었어?'

 

 

 어느새 나는, 그렇게 입을 놀릴 수 있게 되었다.

 

 

   '엄~~청 재밌었어!'

 

 

 꼬마는 그렇게 말했다.

 

 

   '어디에 갈 때는, 나한테 말하고 가. 그, 저기, 뭐야……'

 

 

 아빠도 솔직해지면 좋을 텐데.

 

 꼬마는 그렇게 말하고, 방긋방긋 웃었다.

 

 

   '아빠, 기억나?'

 

 

 갑자기 그렇게 말하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 방에 올래?'

 

 

 꼬마의 손에 이끌려, 그 장소에 들어갔다.

 

 

 캄캄한 방. 꼬마의 등은 고귀한 듯 느껴졌다. 보라색의 유카타, 분홍색 나팔꽃 모양의 자루. 꼬마는 이쪽을 돌아보며, 침대에서 양손으로 무언가 들어 올렸다. 깜짝 놀랐다. 그날, 내가 목을 잡아 뜯어버린 곰인형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있지? 제비뽑기를 했어. 그러니까, 그 곰인형만큼 큰 걸 받았어. 그래도, 친구들한테 줬어'

 

   '너, 그 곰, 좋아하던 게 아니었나. 그럼, 큰 놈을 받아오는 게――'

 

   '나는 괜찮아. 그 인형이 있으니까, 괜찮아'

 

   '내가 목을 뜯었잖아. 이제 좋은 게 아닌데?'

 

   '좋은 게 아니라도 괜찮아'

 

 

 꼬마가――딸이 가까이 왔다. '자' 하고 말하고, 그 인형을 건네 왔다. 목과 몸통은 흉하게 꿰매어져 있었고……그래서 무척 나쁜 짓을 저질러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마가――딸이――쿄코가, 무척이나 딱하게 느껴짐과 동시에, 쿄코에 대해, 내가 얼마나 잔혹한 짓을 해온 것인지 느꼈다. 가능하다면 부모 따위 그만두고 싶다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쿄코가 귀찮았기 때문에.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혐오스러운 인간이라도, 쿄코는 나를 품어주고, 따라와 주려 해 주고 있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인형을 끌어안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미안해, 미안, 미안해.

 

 그렇게만, 되풀이했다.

 

 무언가 잘못됐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단지, 나는 잘못하고 있었다.

 

 쿄코가 껴안아 주었다.

 

 

   '나는 아빠가 정말 좋아 !'

 

 

 역시 '미안해' 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소설가가 되자 XI 작가님

「ごめ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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